비정기적 일기2 일기 #02 2025년 2월 3주. 정와(井蛙). 저는 지금 1:1 과외로 고등 수학을 가르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주로 고등학생 2학년이 대상입니다. 2학년이 되어서 1:1 수업을 요청하는 학생은 대략 세 부류입니다. 첫번째는 1등급을 받고 싶은 2~3등급, 두번째는 중학생 때처럼 적당히 공부하다가 고등학교에 들어오니 도태되어버린 5~6등급, 세번째는 평생 공부랑 담을 쌓다가 수능이라는 큰 과제를 직면하니 뭐라도 해보려고 하는 7~8등급. 이 학생들의 재밌는 점은, 5~6등급과 7~8등급 학생들은 둘 다 자기가 5등급이라고 주장합니다. 7~8등급 학생들은 자기들이 일반 학생들의 평균이고, 조금만 공부하면 남들을 따라 잡을 수 있는 줄 압니다. 무식하면 용감한 법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도 그런 학생의 첫 수업을 시작했는데.. 2025. 2. 15. 일기 #01. 2025년 1월 4주. 낙방(落榜). 2024년 10월, 국내 게임업계 N사에서 게임 기획자로 면접을 보았습니다. 결과는 면접 탈락, 그래도 저는 나름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목표로 하던 회사에서 서류 탈락만 받는 것에 불과했지만, 1년 간의 스터디 끝에 서류 합격에 과제 합격 소식까지 받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분명 기뻐할 일인지라, 이 때만큼은 저도 평소에 먹던 1만원짜리 시장 통닭이 아니라, 2만원이 넘어가는 프랜차이즈 치킨을 사먹곤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족한다고 해서 그것이 좋은 현실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친구들과 만든 스터디 그룹에서는 저 혼자 서류 합격을 받아 모두의 상실감 속에서 스터디는 해산되었고, 저는 통장이 가끔 다섯 자리가 되는, 당장 먹고 살기 어려울 정도로 돈이 아주 궁핍한 상황입니다. 그러니 기획.. 2025. 1. 2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