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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서브 컬쳐/Shorts : 마침표

마침표 #01. '림버스 컴퍼니' 플레이 후기.

by 몽묘 2025. 9. 16.

도모. 오랜만입니다.

다른 잡다한 것들을 하느라, 어느새 2주가 넘는 시간 동안 블로그를 내버려두고 있었네요.

 

그동안 발전을 추구하지 않은건 아니고, 다른 할 일들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일본어 공부도 하고 있었고, 취업용 포트폴리오도 다듬고, 최근에는 운전면허 공부도 시작하고 있습니다. 어휘나 문법을 외우는게 힘들다고 대학으로 이공계를 지원하던 때도 있었는데, 이런 삶을 살게 되니 지옥입니다.

 

뭐 아무튼, 마침표라는 새로운 글 종류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평소에 기획에 대한 잡다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인데, 이런 것들을 어디 기록해놓고 다시 잘 안보는 일이 허다하다보니 조금 간단히 짧게짧게 정리해보려는 용도입니다. 컬럼보다는 조금 주관 MAX로 담긴 글이라고 쓸 수 있겠네요. 

 

글의 이름은 원래는 '짧은 생각'으로 정하려 했더니, 너무 긴 것 같고, AI에게 물어보니 IMHO라는 이름으로 지으라는데, 이건 뭐 텐션 바리 사가루를 TBS로 줄이는 갸루어도 아니고... 생각을 마친다는 의미로 마침표라고 적었습니다. 마음 약한 금발의 갸루가 이걸 읽었다간 울겠군요. 소레 가챠~ 혼마 고멘야데~ 혹시 읽으시는 분 중에 마음 약한 금발의 갸루가 계시다면 추천 받는 이름으로 바꾸겠습니다. 대머리 갸루... 같은건 없겠죠.

 

 

 

<마침표 #01. '림버스 컴퍼니' 플레이 후기.>

 

이게 비문학이야, 게임이야. 원신이나 명조는 우스운 수준의 스킬 효과 설명. 옆의 스테이터스도, 보통 게임과는 담고 있는 정보의 내용과 양이 너무 다르다.

 

01. 게임의 핵심 전투 시스템... 어렵다!

 

현재 저는 림버스 컴퍼니를 3주차 정도 플레이하고 있는데요, 글을 작성하는 시점에서 플레이 시간은 130시간. 적당히 게임 안의 핵심 플레이나 컨텐츠를 이해한 상황입니다. 이 게임은 12명의 수감자(캐릭터)에게, 인격(성능형 스킨)과 EGO(필살기)를 덧씌우고, 참가할 덱을 꾸려서 해당 인원으로만 전투를 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전투의 핵심 시스템으로 총 세 가지, 죄악공명, 합, 정신력이 있습니다. 이들을 먼저 설명드리겠습니다.

 

첫번째, 죄악공명입니다. 캐릭터들은 3개의 스킬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을 번갈아가며 사용합니다. 약간 FGO나 원피스 모바일과 같은, 공격 카드를 번갈아 사용하는 형태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게 중요한건 아니고, 이 스킬들은 서로 다른 '죄악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칠대죄를 모티브로 해서, 죄악 속성은 총 7개가 있고, 캐릭터들은 3개의 속성을 보유한 셈이죠. 각 스킬들은 사용한 뒤에 '자원'을 남기게 되고, 한 턴 동안 같은 죄악 속성이 여러번 사용되면 '공명'하게 되면서 좋은 효과를 볼 수도 있습니다. 자원이 많아지면 패시브 스킬이 켜지거나, 자원을 소모해서 필살기인 EGO를 사용하게 되고요.

 

두번째, 입니다. 보통의 턴제 게임들은 나와 상대가 서로를 공격하면, 서로 피해를 입히지만, 림버스 컴퍼니에서는 '합'을 겨루고, 이긴 쪽만 상대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각 공격들은 캐릭터의 레벨이나 공격 위력, 죄악의 상성, 그 외의 운적인 요소들을 포함해 합 위력을 가지게 되며, 합을 통해 상대 스킬의 코인(공격 기회)를 파괴, 완전하게 파괴된 쪽은 상대의 남아있는 공격 기회만큼 공격을 받게 됩니다. 운만 있다면, 나보다 어느 정도 강한 적을 물리칠수도, 운이 없다면, 나보다 어느 정도 약한 적에게 패배할 수도 있는겁니다.

 

세번째, 정신력입니다. 정신력이 높다면 공격에 가중치가 달리고, 합에서 이길 확률이 크게 상승하며, 이를 소모해 EGO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의 인격에 따라 전투 내에서 정신력이 상승하거나 하락할 수 있는 조건이 다른데요, 대표적인 상승 방법은 '합을 이긴다', 하락 방법은 '아군이 죽는다' 같은 조건이 있습니다. 일종의 스노우볼처럼, 처음에 합을 이겼다면, 정신력이 높아지고, 합을 이길 확률 역시 높아져서, 상대를 쉽게 제압할 수 있게 됩니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고요. 만약 정신력이 너무 낮다면, 행동 불능의 상태이상에 걸리거나, EGO에 침식되어 피아식별이 없는 상태의 강한 필살기를 난사하게 됩니다.

 

핵심 시스템들만 정리하여, 죄악공명은 전략성을 유도하는 시스템, 합은 전투를 다채롭게 만들면서 플레이어의 충분한 스펙을 요구하는 시스템, 정신력은 합 시스템이 가지는 운적인 요소를 뒷바침해주면서 네러티브를 얼추 갖춘 시스템이다고 설명할 수 있겠네요.

 

 

5장의 중간 보스 '중지 작은 형님 리카르도'. 추천 레벨은 40이지만, 괴랄한 기믹으로 정상 격파는 절대 불가하다. '일방 공격' 시스템이 유일한 공략법으로, 이용자들 사이에 '일방 공격의 선생님'이라고 불린다.

 

02. Hard to learn, Hard to master.

 

이런 전투에 대한 제 솔직한 평가를 말하자면, 불쾌했다와 재밌었다 이전에, 배우기 너무 어려웠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죄악같은 경우에도, 7개가 존재하는데 이것들마다 상성이 있고, 캐릭터마다 타격, 참격, 관통이라는 공격 형태가 있는데 이것 사이에도 상성이 있고요, 또 스킬들마다 공격 키워드라는 것이 많게는 3개가 있는데, 공격 키워드의 가짓수도 7가지는 되고, 그 안에서도 언어적 분류가 넘칩니다. 화상, 출혈, 진동, 파열, 침장, 호흡, 충전이라는 것인데, 이런 것들 외에도 다른 턴제 게임이면 있을 법한 공격 위력 감소, 합 위력 증가, 강화 반격 등등... 기본적인 키워드만 수십가지고, 사용되는 키워드를 전부 나열하면 100개는 우습게 넘을꺼에요. 게임을 처음 입문하는 이용자가 이런 것들을 전부 이해하면서 전투하기는 어렵습니다. 

 

초보자 시점에서는 '아, 뭐... 부가적인 효과구나.'라고 대충 넘어가려고 해도, 전투에서 이해할 것과 고려할 점이 너무 많다 보니, 이것들을 결국 배우긴 해야하는데 가르쳐주는 튜토리얼은 딱히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리버스 : 1999 게임 같은 경우에는 다양한 키워드들을 하나만 집중해서 튜토리얼을 하는 기능이 있었는데, 최소한 이런 기능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초반 구간에서 게임이 되게 루즈해질 것을 고려해서 넣지 않았을 수도 있겠죠. 다만 저는 이 게임이 왜 유입하기 힘든가라고 하면, '너무 배울게 많고 어려운데, 불친절하기 때문'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저도 초반에는 전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해서 '승률 버튼 딸깍(게임 시스템이 승률이 가장 높은 스킬을 자동으로 사용해 줌)'을 하는 플레이를 자주 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막는 어느 정도 보완책이라고 해야할까요, 게임 안에는 일반 전투와 다른 '집중 전투'라는 것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게임의 보스전과 같은 형태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게임 출시 초기부터 있었던 3챕터를 지나서, 4챕터부터의 집중 전투 일부는 '플레이어가 지금과 같은 플레이 방식으로 전투에 임했다면 절대 깰 수 없는 난이도'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4챕터에는 '놋쇠 황소'와 '동백'이라는 적이 나오는데, 이들은 '합'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다면 초심자가 절대 깰 수 없고, 게임의 전투 시스템이나 공략법을 찾아보게 하는 일종의 과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걸 마친 플레이어들은 조금씩 숙련자가 되어가게 되고요.

 

이 경로를 따라, 게임의 복잡한 시스템을 마스터한 사람들은 되게 코어한 플레이 층으로 남아서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수십가지가 되는 전투 요소들을 전부 이해만 한다면, 다양한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수많은 덱메이킹을 해볼 수 있으니까요. 어쩌면 애초에 이런 복잡한 요소를 준비해두었다는 것 자체가, 게임사로서는 '우린 너희를 이 게임에 빠지게 할 준비가 되어있다' 라고 확신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복잡한 시스템과 과제를 플레이어가 이겨가면서까지 '이 게임을 즐길 이유'는 무엇이 있었을까요?

 

 

림버스 컴퍼니가 4장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이상은 날개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했지만, 거울 속의 이상은 날개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날개를 잃어버린 것'일까요, '날개를 잊어버린 것'일까요?

 

03. 웰메이드 역작에, 웰메이드 창작을 더한 스토리.

 

아마 림버스 컴퍼니의 등장인물 이름을 들어보신다면, '어? 나 이거 아는데!' 라는 생각이 드실껍니다. 주인공은 '단테', 주인공의 상급자는 '베르길리우스', 수감자들의 이름은 '이상', '파우스트', '돈키호테', '히스클리프', '싱클레어', '로쟈(로지은)'... 맞습니다. 문화적으로 뛰어난 문학의 주인공들이죠. 베르길리우스는 아니잖아. 신곡에 나오니 상관 없나? 동시에 나사가 하나씩 빠져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조금 문학적인 의미로, 상실을 품고 있다라고 할까요. 림버스 컴퍼니가 가진 특이점이기도 합니다. '아서왕'이나 '잔 다르크', '제우스'와 같은 영웅과 신이 나오는 게임은 식상하지만, 문학 인물이 나오는 게임은 소비자로 하여금 기대감을 품게 할테니까요.

 

그리고 게임의 스토리는 이들 하나하나를 챕터의 주인공으로 삼아, 해당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상실을 세계관 안에서 새로운 형태로 직면하고, 게임 속의 등장인물로서 체험하고, 그들의 관리자로서 격려하고, 함께 이겨내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미연시에서, 히로인의 고난을 주인공과 함께 극복하게 되면 어떻게 됩니까? 게임 안에서는 주인공과 히로인이 특별한 관계를 가지게 되고, 게임 안의 캐릭터에 대해 게임 밖의 플레이어가 내적 친밀감을 지니게 되죠.

 

림버스 컴퍼니 안의 등장인물들은 문학 주인공인 만큼, 이용자들은 게임을 시작하기 이전부터 그들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있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상실은 모두가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그런 만큼, 고난의 해결으로 인한 애정의 변화는 배가 되게 됩니다. 문학에 창작을 덧씌우니, 게임 스토리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학 작품을 내가 체험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게 됩니다. 한 작품을 즐기고 나면, 다음 작품이 기대되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 첫번째가 파우스트이고, 두번째가 돈키호테인데, 곧 즐기게 될 7챕터의 테마가 돈키호테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아주 기대하는 마음으로 계정의 내실을 다지는 중입니다.

 

하지만, 이는 다른 게임에서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도 합니다. 다양한 세계적인 문학 작품들을 게임 세계관에 맞게 바꾸다보면 거의 모든 설정을 뜯어고치게 되는데, 이 각색이 조금이라도 어색하면 비평을 받게 될껍니다. 플레이어를 대변하는 캐릭터인 '단테'가 문학의 주인공에게 위로를 건네고, 고난을 극복해나가야 하는데, 각색이 잘 되었다면 위로이지만, 잘못되었다면 괜한 오지랖을 부리는 셈이 되니까요.

 

 

'쥐어든 자 싱클레어(싱클레어가 크로머와 함께한 세계선)' 인격으로 3챕터의 보스전을 입장하면, 크로머가 특수한 대사와 함께 흐트러짐 상태 이상에 빠지는 특수 연출을 볼 수 있다.

 

04. 시각적 연출에 화룡점정을 담았다!

 

해당 게임의 스토리 컨텐츠를 즐기며 도파민이 터지는 때는 언제일까요? 당연히 '고난을 극복했을 때' 입니다. 일반적인 미연시라면,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만나는 초기 단계가 중요하겠지만, 플레이어 캐릭터는 이들의 연애 대상이 아닌 관리자로서, '보호자'로서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뭐, 다들 나이가 있으시니 아시겠지만, 자녀분들이 학교 시험에서 100점을 맞아오면 뿌듯함이 들지 않겠습니까? 그와 비슷한 원리로, 이 게임은 챕터의 마지막에 엄청난 연출적인 공을 쏟아 붓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 중에는, 다른 게임에는 없는 것들이 있어서 일부를 소개 시켜드리고 싶습니다.

 

게임을 즐겨보신 분들이라면, 한 번 쯤 고민해보았을 껍니다. 게임에서 가장 '예술로서 활동하는 부분'은 어떤 감각인가요? 저는 BGM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각이나 촉각은 재미의 영역에도 포함이 되지만, 청각은 오로지 감상의 영역에만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중요한 순간의 BGM은 특별한 가사를 담는 경우도 있습니다. 영어, 일본어, 라틴어, 아니면 게임 세계관 가상의 언어로 가사를 써내려가기도 하죠. 하지만 이렇게 가사를 써도, 소비자들은 게임 도중에는 그 가사의 의미를 모르기에, 그 예술성을 온전히 즐길 수 없습니다. 반면, 림버스 컴퍼니의 경우는, 해당 문학을 소재로, 등장 인물이 다른 등장 인물에게 말을 형태로, 가장 대중적인 언어인 영어로 가사를 작성합니다. 그리고 이 가사를, 사용자의 언어에 맞게 게임 배경에 드러나게 합니다. 게임을 즐기면서 배경을 바라보면, '아, 이런 심정이었구나'라는 몰입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청각에는 음악만 포함되지 않습니다. 캐릭터들의 목소리나 대화도 청각 요소의 일종입니다. 보스 전투에서는 앞선 BGM을 나레이션으로 표기하는 것 외에도, 대화 요소가 엄청나게 많이 발생합니다. 기본적으로 캐릭터들이나 상대의 스킬이 인물의 대사의 형태로 작성된 것을 포함해서, 적에 대한 정보를 특정 화자를 기준으로 실시간으로 작성하는 관찰일지, 특정 인격을 편성했거나 페이즈에 돌입되면 나오는 대사 이벤트 등등, 전투 도중에도 인물의 대사가 끊임없이 노출됩니다. 이러한 부분에서 플레이어 캐릭터 '단테'가 째깍째깍 소리만 내는 것은 상당히 의도된 부분이겠죠. 이용자가 단테에 몰입해야하는데, 나와 다르다고 오해할 여지가 있어선 안되니까요.

 

마지막으로 집중 전투나, 던전 안에서만 발생하는 '판정'이라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전에 소개했던 합 시스템을, 캐릭터와 적 사이에 하는게 아니라, 캐릭터와 상황 사이에 하는 겁니다. 말로는 살짝 감이 안 오실테니,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폭풍의 언덕, 캐서린이 상실에 빠져있는 상황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누군가 말을 걸게 해서, 판정을 성공하면, 위로가 전해지고, 판정을 실패하면, 위로가 전해지지 않습니다. 원작을 재밌게 즐겼다면, 이 판정을 히스클리프가 도전한다면 굉장히 재밌겠죠? 요컨대 전투 중간에 발생하는 일종의 대화 이벤트 같은겁니다. 전투에 미치는 영향도 굉장히 큽니다. 하지만 중요한 전투일수록, 판정의 가짓수도, 그 대화나 연출도, 상당히 세밀하게 작업했습니다.

 

특히나 챕터의 마지막 전투라면, 위와 같은 시스템 외에도, 보스의 마지막을 직접 장식하는 다양한 요소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했을까요? 굳이 없어도 전투의 재미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번거로울 요소일 텐데요. 저는 이것에 대해서는 확답을 드리진 못하겠지만, '고난을 이겨내는 과정을, 이용자의 손으로 직접 체험하기 위해서'라고 생각을 합니다. 원작 문학 작품들의 상실은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상실'이니까요. 그리고 이런 상실을 이겨낸다는 것은, 단순히 전투를 이겨낸다는 것만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이겨내는 과정을 직접 선택하게 함으로서, 우리는 대리 경험을 더욱 깊게 할 수 있기 때문일껍니다.

 

 

스토리동안 즐겼던 전투들이 압축되어, 로그라이크 형태의 팩으로 즐길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즐겨온 전투들을, '색다른 재미로 즐겨보세요!'

 

05. 전투 요소가 많았던 만큼, 퍼즐이 빛을 발했다.

 

개인적으로 3챕터의 결말을 보자마자, '아, 이 장면을 보기 위해 내가 게임을 계속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챕터나 6챕터 엔딩을 보고는 실제로 울기도 했습니다. 아마 게임을 지속하는 사람들은 이런 감동을 다시 받기 위해서 게임을 계속하고 있을테고, 그를 위해 게임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컨텐츠에 투자했는지를 지금까지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스토리 컨텐츠는 명백하게 1회성이에요. 림버스 컴퍼니는 새로운 챕터가 나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컨텐츠가 아닌, 액션과 퍼즐이 활동할 때입니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이 게임 액션... 진짜 별로에요. 최근에 나온 다양한 인격들이라면 모를까, 기본 캐릭터라거나 구세대 인격이 보여주는 액션은 진짜 조잡합니다. 그래서 이건 굳이 설명하지 않도록 하고, 핵심적인 퍼즐 반복 컨텐츠, 거울 던전에 대해 설명해보려 합니다. 거울 던전이라는 컨텐츠는 간단합니다. 지금까지 진행했던 메인 챕터/이벤트 챕터를 하나의 '던전 팩'이라는 형태로 재구성하고, 무작위로 제공된 던전 팩들을 플레이어가 선택하는 것을 '층'이라는 형태로 연속해 즐기는 로그라이크 컨텐츠입니다. 5층까지 진행하면 최대 보상을 받을 수 있고, 현재로서는 15층까지 도전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 게임은 덱메이킹에 굉장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게임입니다. 스킬의 기본이 되는 '죄악'을 포함해서, 수십가지의 공격 키워드가 존재하다보니, 내가 어떤 덱을 만들고 싶다는 기준도 수십가지 갈래로 나뉘게 됩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이 이 수많은 덱들을 활용해서 반복 컨텐츠를 즐겨볼 수 있도록, 많은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다른 게임에서도 대중적으로 사용하면서, 대표적인 시스템은 업적이죠. 4개월 정도가 되는 시즌 동안, 100개에 가까운 업적이 있고, 이를 완료한다면 한정적인 치장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굳이 업적이 아니더라도, 특정 인격을 사용하면 추가 보상을 얻도록 해서, 일정 주기마다 게임사에서 특정 덱을 사용해보라고 권유해보는가 하면, 대여덱 기능을 통해서 초심자 플레이어들은 이런 재미를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기도 합니다. 캐릭터의 스킬을 다른 것으로 바꾸어버리는, 이 던전만의 특수한 기능도 존재하고요. 축복이나 제약과 같은 던전 입장시 지급되는 부가 효과도 수십가지를 선택할 수 있어, 단순히 난이도 높은 것으로 재미없다는 고인물들은, 모든 제약을 선택하고 10시간을 투자해서 던전을 클리어하는 '풀제약 1인클'같은 기행을 벌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덱 사용을 권유하는, 이 게임의 핵심 시스템은 'EGO 기프트'라는 것입니다. 전투에 다양한 효과를 부여해주는 패시브 스킬 같은 것인데요, 전투 효과가 수십가지라면, 이들에게 부가 효과를 주는 EGO 기프트는 수백가지에 달합니다. 이들은 단순히 전투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획득 순서에 따라 발동 순서도 달라지기도 하고, 덱 편성 순서에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플레이어가 가질 수 있는 숙련도의 영역을 극한으로 높이는거죠. 또한 플레이어들은 기프트를 강화하거나, 합성할 수도 있고, 조합식을 따라서 숨겨진 기프트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특정 기프트의 경우에는 얻는 경로가 너무 힘들어서, 커뮤니티에 획득 순간을 올리는 것만으로 대량의 추천을 받게 됩니다.

 

 

'거울 던전' 몇 번 돌기만 하면, 나온지 얼마 안 된 한정 캐릭터(인격)도 얻을 수 있는 특이한 구조. '정말 이게 돈이 되나?'라고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었다...

 

06. 재미를 위해서, 수익성을 포기했다?

 

핵심 재미가 덱메이킹이다 보니, 플레이어들이 많은 인격을 가지고 있어야지만 게임의 재미가 빛을 발합니다. 그렇다보니 이 게임은 파격적인 부분이 두 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남의 캐릭터(인격)을 빌리는데 아무런 제한이 없다는 것입니다. 게임을 직접 진행해보지 않은 분들은 감이 잘 안오겠지만, 이건 생각보다 많이 파격적인 행보입니다. 왜냐하면 이 게임의 고인물에게는 앞서 말한 '거울 던전 풀제약 1인클'이 존재할 만큼, 강한 인격을 빌려와서 할 수 있는 행위가 굉장히 폭넓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초심자가 막힌 보스전을 고인물의 인격을 빌려와 1인클을 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요.

 

두 번째는, 캐릭터(인격)을 굳이 가챠를 진행하지 않고도 전부 수집할 수 있습니다. '엥? 이거 모든 모바일 게임이 할 수 있는 노가다 어필 포인트 아닌가?' 싶지만, 이 게임은 실제로 제가 플레이 한 기준으로, 앞서 말씀드린 거울 던전을 반복해 얻는 보상만으로 1주일만에 0~1티어라고 불리는 인격을 3개나 선택해서 얻었습니다. 심지어 저는 무과금이에요, 거의 공짜인거죠. 같은 방식으로 대부분의 초심자들도 중요한 인격을 수십개씩 들고 있습니다. 필살기인 EGO도 마찬가지입니다. EGO의 획득 방법도 가챠를 돌리거나, 게임 내 얻는 아이템을 교환해 얻을 수 있는데, 획득 방법이 전혀 차이가 없습니다. 막말로, 과금성으로만 얻을 수 있는 요소가 거의 없습니다.

 

그럼 이 게임은 돈을 어떻게 버느냐, 핵심 매출 수단은 정말 딱 한 가지 밖에 없습니다. '패스 구매'입니다. 고작 15000원 하는 패스 구매를 한 번 해주면, 4개월의 시즌 동안 거울 던전을 통해 얻는 노가다 보상이 3배입니다. '이 정도면 살만한데?' 싶은 가격과 '이걸 안 지르고 게임한다고?'라는 말도 안되는 혜택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 정도 가격과 과금 수단만으로 게임이 운영되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패스 를 2만명이 구매한다고 해도, 3억 밖에 매출이 안 나올텐데...

 

이런 형태의 과금 모델을 다른 게임에서도 적용시킬 수 있는지는 둘째 치고, 배울만한 점이 있다면, 부분 유료화와 구독제라는 대표적인 모바일 과금 모델 사이에서,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은 게임이 장기적으로 많은 이용자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라고 느껴집니다.

 

 

모든 캐서린을 불행하게 하는 모든 히스클리프, 그리고 세계선을 넘나들며 그들을 사냥하는 '마왕 히스클리프'. 잘 만들어진 문학에 잘 만들어진 창작을 덧씌우고, IF 세계관까지 만들어낸다면...?

 

07. 다양한 '인격'이 2차창작을 도왔다!

 

문서의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인격이라고 하는 것들을 조금 정확하게 정의해보려고 합니다. 서브컬쳐 가챠게임이라면 한 번쯤 다들 경험해보셨을텐데요, 평행세계의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해당 인물의 가능성을 불러오는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FGO에서는 아르토리아의 얼터, 블루 아카이브에서는 시로코 테러 같은 것이라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림버스 컴퍼니에서는 이런 인격이 핵심 가챠로 있는 만큼, 수백가지의 인물들의 가능성이 게임 안에 존재합니다. 데미안이 아닌 크로머와 함께하는 싱클레어, 피쿼드호에서 에이해브로서 살아가는 이스마엘, 가씨 가문을 떠나고 군주가 된 가보옥(홍루)... 이렇게 원작에 반전을 불러오는 인격이 있는가 하면, 해결사나 3등급 직원, 암살자 등등 세계관 안의 다양하고 충실한 인물로 살아가는 인격들 역시 존재합니다.

 

이들의 존재는 문학과 세계관에 대한 다른 해석의 여지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게 합니다. 문학들이 가지는 파급성은 이미 각종 뮤지컬, 오페라, 애니메이션 등으로 증명이 되었습니다. 한 문학에 대한 신선한 해석은 SNS를 뜨겁게 달구기 마련인데, 문학을 재구성하는 게임 스토리 내용과 이에 대한 IF를 제시하는 것으로, 소비자들은 한 문학을 셀 수 없이 많은 방향으로 문학을 다시 해석하고 이는 SNS를 통해 퍼지게 됩니다. 문학의 이름을 빌려, 림버스 컴퍼니라는 꼬리표가 붙은 채로요! 이를 통해 림버스 컴퍼니는 SNS와 커뮤니티의 영향을 타고 한국 뿐만이 아닌 영미권의 다양한 국가에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인격이라는 것들이, 시리즈물로 나오게 되다보니,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굉장히 많아집니다. 피쿼드호에 선장이 된 이스마엘이 있다면, 선원도 있어야겠죠? 이상이나 히스클리프와 같은 다른 인물들도 피쿼드호의 시리즈 인격으로 등장합니다. 세상에, 히스클리프가 피쿼드호에서 고래잡이를 한다니 상상이나 됩니까. 또한 이들로서 발생하게 되는 창작의 편의성 역시 넓어집니다. 애초에 IF 세계관을 다루는 것은 2차 창작자들의 영역이었는데, 공식에서 직접 맛있는 IF를 건네게 되니까, 소비자들은 '내가 어떤 IF를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공식에서 만든 IF를 즐기기만 하면 되겁니다.

 

 

저는 나름 재미있게 즐겼습니다! 앞으로도 재밌게 플레이 할 것 같아요.

 

나름대로 재미있게 즐겼던 림버스 컴퍼니의 리뷰와 분석은 여기까지입니다.

 

챕터 하나 하나의 스토리에 대한 여운이 상당히 있고, 지금까지 즐긴 스토리에 대한 만족도 역시 높은 편이라, 지금 진행 중인 지옥편 스토리 완결까지는 아마 쭉 지켜볼 것 같은 게임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초반 구간은 게임 세계관 설명도 좀 하고, 어떤 느낌인지 보여주다보니 상당히 잔혹하고 고어하긴 한데... 뭐 성인 게임이니까, 초반만 버티면 '먹을만 한데?'하면서 삭힌 홍어회만큼 먹을만 합니다. 사실 전 파인애플 피자도 잘먹어요. 피자에 딸기랑 초콜릿도 올려먹는 괴식가입니다. 물론 제일 좋아하는 피자는 멀쩡한 시카고 피자입니다. 치킨은... 간장 마늘 치킨... 파채 얹고 참깨까지 뿌려서... 먹은지 몇 년 된거 같아... 흑흑 돈 많이 벌면 일주일에 한 번씩...

 

어쩌다 보니 평소에 칼럼이나 감상문을 쓰던 것보다 분량이 길어졌는데, '마침표' 글들은 짧게 드는 생각들을 브레인 스토밍처럼 정리하는 형태로 발행할꺼라, 이렇게 긴 분량의 글들만 올라오진 않고 분량이 오락가락 할껍니다. 정말 가끔은 두세줄짜리 글을 '턱' 던져놓고 떠날지도 모르겠네요.

 

나중에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