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표 제목 : 20년간의 스토리, 그다음을 쓰는 법 - '마비노기' 26&27번째 메인 시나리오 포스트모템
발표 연도 : 2025년
발표자 1 : 전유진 / 현 마비노기 컨텐츠유닛
* 해당 란은 2025년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발표내용>
발표자는 청중이 발표를 들으러 온 이유에는 마비노기에 대한 관심, 주제의 가벼움 등도 있겠지만, 20년의 서비스에 관한 노하우도 있을 것이며, 발표의 내용 역시 마비노기의 20주년과 연결된 고민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핵심 발표 주제는 ‘라이브 서비스에서 시나리오 쓰기’로, 업데이트가 계속되는 환경에서는 완결된 이야기가 없으며, 매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야 하기에 개발자는 매 순간 신의 한 수를 둬야 하는 압박 속에서 고민이 깊어진다. 발표자는 마비노기 프로젝트 내 두 개의 메인스트림 작업 경험을 공유하며, 이러한 라이브 환경 속 시나리오 기획자의 시행착오와 깨달음을 공유하고자 한다.

마비노기는 첫 메인스트림 ‘여신 강림’ 이후 2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마비노기의 시나리오는 챕터와 제너레이션 단위로 구성되어 있어, G25 이클립스까지 이어진 후 G26을 발표자가 맡게 되었다. 발표자는 성공적인 G26 시나리오 작성을 위해, 먼저 방대한 스토리를 가진 마비노기가 성공한 이유를 세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켈트 신화라는 차별적인 세계관을 활용해 신화적 상징과 깊이를 제공했다. 둘째, 다양한 캐릭터의 풍부한 서사가 플레이어와 유대감을 형성하며 스토리에 매력을 더했다. 셋째, 플레이어 캐릭터인 밀레시안을 중심으로 한 서사 전개와 디테일, 이스터 에그 등이 몰입감을 강화했다.
발표자는 G26를 개발하며, 앞서 분석했던 기존 성공 요인을 충실히 따르는 전략을 세웠다. 세계관에 맞게 하면서도 새로움을 추구했고, 디렉터의 주문에 따라 인간들의 이야기를 다루려 했다. 신수라는 소재로 위기를 예고하고, 멸망한 일족의 후예 델가를 등장시켜 기존 서사와 연결했으며, 미니게임과 추가 대사를 활용해 캐릭터와의 유대감을 강화했다. 또한 이전 주요 캐릭터를 존중하며 스토리에 배치했으나, 새로운 시도를 위해 피르 보르족을 활용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지금까지 마비노기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충실하게 따랐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와 달리 부정적이었으며, 첫 퀘스트 이후 이탈률이 높아져, 퀘스트 클리어율 59%라는 결과를 받았다. 이를 회고하며 발표자는 '시나리오는 비교당한다'는 교훈을 얻었고, 재미라는 기본 목표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특히 라이브 서비스 시나리오의 딜레마로 플레이어들의 이해도, 반전 소재의 고갈, 주인공의 파워 인플레이션 세 가지를 분석했다. 이 요소들은 재미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주지만, 오랜 서비스로 인해 생긴 만큼 무시할 수 없으며, 결국 이를 역으로 활용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G27 안락의 정원은 G26에서 느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르게 보여야 한다’는 집착을 버리고, 기획 의도를 명확히 하는 데서 출발했다. 이번 스토리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인형 도시’라는 소재를 선택했으며, 불필요한 미니게임 같은 허들을 제거하고 시나리오 분량을 늘려 몰입도를 강화했다. 또한 라이브 서비스 시나리오가 직면하는 세 가지 딜레마, 즉 높은 이해도 요구, 반전의 고갈, 파워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기존 세계관 지식을 담은 떡밥과 요약 대사로 신규 플레이어도 쉽게 따라갈 수 있게(플레이어들의 이해도 해결) 했고, 무리아스라는 새로운 무대를 도입해 신선한 반전과 충격(반전 소재의 고갈 해결)을 더했으며, 주인공을 사칭하는 페타크와 내적 동기를 지닌 최종 보스 레넨을 등장(파워 인플레이션 해결)시켜 위기감을 높였다.

스토리텔링 측면에서는 단순히 줄거리를 전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감성적인 서사를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대표적으로 데린과 데클룬의 재회와 이별 장면은 많은 플레이어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고, 이를 통해 캐릭터와 세계관에 대한 애착을 강화했다. 이처럼 기존 시나리오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감정적인 공감을 더한 점은 플레이어들이 메인스트림을 단순한 퀘스트 진행이 아닌, 하나의 드라마로 체험하게 만들었다. 더불어 풍부한 대사와 디테일한 묘사를 통해 세계가 살아 숨 쉬는 듯한 생동감을 제공하며, 유저 경험의 질을 크게 높였다.
규모 면에서도 G27은 방대한 프로젝트였다. 총 31만 자 분량의 대사와 8시간에 달하는 보이스가 녹음되어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를 구현했으며, 이는 G26보다 훨씬 확장된 서사적 시도를 가능하게 했다. 결과적으로 안락의 정원은 80%에 달하는 높은 완수율을 기록하며, 이전 시나리오 대비 뚜렷한 개선 성과를 보여주었다. 또한 다양한 커뮤니티와 유저 피드백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시나리오 기획 방향성의 전환이 성공적이었음을 입증했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 메인스트림 기획에도 중요한 교훈을 제공했으며, 라이브 서비스 시나리오가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기존의 것을 잘 파악해 플레이어들이 이미 아는 서사를 활용하면 큰 충격과 재미를 줄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이해에 갇히지 말고 새로운 방향으로 사고해야하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와 해야 하는지를 먼저 설정하고 이야기 자체의 완성도를 지키는 것 역시 중요하다. 발표자는 이번 과정을 통해 신의 한 수를 두었다고 생각하면서도, 라이브 환경에서 업데이트는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환기하며, 이 한 번의 해결이 끝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신의 한 수를 두기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도 답을 찾아왔듯, 우리(발표자)는 앞으로도 새로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며, 이번 고민에서 얻은 교훈이 청중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하 내용은 발표 내용 전문입니다.
감상 및 활용에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 남깁니다.
#PART0. 오프닝
안녕하세요.
20년간의 스토리 그다음을 쓰는 법 세션의 마비노기 콘텐츠유닛 전유진입니다.
발표는 다음 순서로 이뤄질 예정입니다.
우선 마비노기 프로젝트의 시나리오를 설명하고 메인스트림 두 개를 작업한 경험과 이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발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앞서 여기 계신 분들께서 발표를 왜 들으러 오셨는지를 맞춰보도록 하겠습니다.
마비노기나 시나리오 기획에 관심이 있으셔서 일수도 있고 혹은 다른 발표보다 내용이 조금 쉬워보여서 일 수도 있겠죠.
환영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아마 대부분의 분들은 이 발표 제목에서 20년이라는 단어를 주의 깊게 보셨을 것 같아요.
마비노기는 작년에 20주년을 맞이한 게임이에요.
그리고 거기에서부터 저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간략하게 발표를 소개할게요.
라이브 서비스에서 시나리오 쓰기가 주제인데요.
업데이트가 계속되는 라이브 서비스에서는 완결된 시나리오가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플레이어 분들에게 매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데요.
심지어 그게 성공적이어야 합니다.
재미없는 스토리를 원하는 플레이어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미 이 상황이 이미 많은 수가 놓였는데도 불구하고 다음 수 또한 신의 한 수여야 하는 상황으로 설명하고자 합니다.
업데이트를 진행할수록 바둑판은 점차 채워집니다.
이번에 한 수 접고 갈 수는 없어요.
그러니 언제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의 한 수를 둬야 합니다.
당연히 개발자 입장에서는 고민이 많아질 만한 상황입니다.
이런 환경에서의 시나리오 기획자의 시행착오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시나리오 기획자가 아니시더라도 새로운 것에 대한 고민을 해 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들으실 수 있을 것 같고요.
이런 질문에 정답까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지금부터는 마비노기 메인스트림에 대한 무자비한 스포일러가 이어집니다.
지금 나가시는 건 어려우니 미리 정중한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요.
또한 앞으로의 내용은 프로젝트보다도 저의 개인적인 분석이자 깨달음임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까먹기 전에 제 소개를 할게요.
저는 시나리오 기획자 전유진입니다.
마비노기 직업이라고 할 수 있는 아르카나 업데이트에 레이르와 카렌 캐릭터를 만들었고 오늘 설명드릴 G26 운명의 바람, G27 안락의정원 또한 작업했습니다.
#PART1. 마비노기 프로젝트 소개
그럼 첫 번째 순서 마비노기 프로젝트의 시나리오 입니다.
들리나요? 라는 대사로 유명한 마비노기 첫 메인스트림은 여신 강림입니다.
그리고 그 후로 20년이 지났습니다.
핵심을 요약하자면 밀레시안이라고 불리는 플레이어 캐릭터가 에린이라는 세계에서 겪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마비노기 시나리오는 메인스트림이라고 불리는 메인 스토리가 중심입니다.
챕터라는 큰 단위 내에 제너레이션 단위로 업데이트가 되는데요.
첫 번째 이야기인 여신 강림은 제너레이션 1 즉 G1입니다.
그리고 G25 이클립스까지 업데이트 된 후 제가 G26을 맡은 것이죠.
그럼 G25까지의 분량이 어느 정도 되느냐?
당연히 수많은 소재와 서사가 사용됐겠죠.
이야기를 이끌 캐릭터도 수없이 많이 등장 했습니다.
캐릭터 이미지가 있는 캐릭터만 400여명입니다.
게임 하나에 있는 캐릭터 수로는 무척 많은 편이라고 느껴져요.
이렇게 방대한 메인스트림 왜 성공했을까요?
물론 시나리오에는 다양한 기법이 있고 모든 게임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려운 만큼 여기서의 성공 요인은 제가 개인적으로 분석한 요소임을 먼저 말씀드리고요.
크게 세 가지 요소로 차별적인 세계관 캐릭터 서사, 시나리오 몰입감 이렇게 세 가지를 꼽아봤습니다.
차별적인 세계관은 흔치 않은 편인 켈트 신화 소재를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낙원 티르 나 노이처럼 게임 안에 사용된 대부분의 소재는 원전의 신화적인 상징을 한 번 더 이해하면 더 즐길 수 있는 깊이감이 있습니다.
또한 캐릭터들의 서사가 무척 풍부합니다.
다양한 서사의 캐릭터들은 플레이어와 이런저런 방식으로 유대감을 형성하고요.
이 친구들이 전부 다 각자의 매력으로 스토리에 애정을 보여줍니다.
시나리오가 몰입감을 유발하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특히 최근 업데이트된 메인스트림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인데요.
밀레시안을 중심으로 서사가 전개돼 세계 에린에서 점차 중요한 존재가 되어갑니다.
또한 이스터 에그와 같은 풍부한 디테일이 세계가 살아 숨쉬는 것처럼 생동감을 더해주고요.
특별한 세계관 속 몰입감과 디테일이 강한 마비노기 시나리오 이 3요소를 설명드렸는데요.
좋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이 지식을 갖고 새로운 메인스트림 써야 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쓰시겠어요?
#PART2. [G26] 운명의 바람
두 번째 순서 싱글 메인스트림 G26 운명의 바람입니다.
새 메인스트림을 맞게 된 저는 기존 시나리오 성공 요인에 충실하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두 가지 작업 방향을 설정했습니다.
첫 번째로 세계관에 맞게 두 번째로 그러면서도 원래 것들과 다르게입니다.
마침 계시처럼 내린 디렉터님의 오더 또한 저에게 인간들의 이야기를 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여신 강림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마비노기는 신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한 편이에요.
그래서 인간들의 이야기라면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우선 첫 번째 세계관에 맞게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서사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비슷하게 보이기를 희망했습니다.
켈트 신화 배경을 포함해서 이전 스토리와 이질적이지 않게요.
그래서 기존 서사를 최대한 흡수하면서도 자연스레 새 챕터를 여는 시놉시스를 작성했습니다.
앞으로의 위기를 예고하는 신수라는 소재로 그 다음의 이야기가 이어지게요.
적대 캐릭터의 배경 서사 또한 마련했습니다.
G26에는 전쟁에서 패배해 멸망한 일족의 후예 델가라는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기존 설정을 흡수한 배경 서사로 캐릭터에 깊이감을 만들었고요.
서술 방식 또한 이전과 유사하게 플레이 경험이 유지되게끔 노력했어요.
퀘스트 사이사이 미니 게임으로 캐릭터의 능력과 상황을 플레이어가 직접 체험할 수 있게끔 했습니다.
캐릭터와의 친밀도를 올리는 디테일도 있었는데요.
상황에 맞는 추가 대사로 생동감을 주었고요.
마지막으로 이전 서사에 대한 존중을 표현하고자 톨비쉬와 같은 이전 메인스트림의 주요 캐릭터를 스토리상 배치해 보이스 또한 추가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그러면서도 원래 것들과 다르게 였는데요.
기존과 이질적이지 않게 노력하다보면 이전의 시나리오와 비슷할 수 있기 때문에 겹치지 않는 스토리를 짜고자 노력했습니다.
시나리오 상 함께하게 되는 동료들도 조금 더 작은 본거지를 갖고요.
적대 캐릭터도 이전과 달라야겠죠.
마비노기의 수많은 인간 종족 중 조망받지 않았던 피르 보르족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적자 델가가 배경으로 피르 보르족이 선정되었어요.
종합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핀디아스의 운명이 닥치는 에린, 피르 보르족 후예인 델가는 주인공 밀레시안에게 맞선다.
핀디아스의 운명이라는 위기로 세계관을 계승했고요 델가를 통해 매력적인 서사의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또한 주인공 밀레시안에게 맞선다 플레이어가 중심이 되는 구조로 몰입감을 유도했어요.
여기까지 들었을 때 과연 결과는 어땠을까요?
제가 보기엔 이전의 성공 요소를 충분히 계승했기에 잘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제 전략은 안타깝게도 충분히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시나리오를 시작한 유저 중 절반이 이탈했습니다.
각 부의 첫 번째 퀘스트는 레벨 조건만 맞으면 자동으로 지급되기에 완료율이 낮은 게 당연한데요.
전체적으로 꾸준한 이탈이 보였습니다.
첫 번째 퀘스트를 완료한 플레이어 중 59%만이 끝까지 플레이했다는 다소 아쉬운 수치였습니다.
그래프로 보면 퀘스트를 완료한 캐릭터인 파란색 막대가 점차 줄어드는 모습이 보이시죠?
흥미를 유지하는데 실패해 뚜렷한 하향세를 그리게 되었습니다.
부정 동향도 많이 관측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좋게 재미있게 즐겨주신 분들도 계셨지만 아쉽게 대부분의 여론은 좋지 않았습니다.
이런 여론들을 요약하자면 아무래도 재미가 없다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회고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것들이 과연 적절한 목표였을지를요.
중에서도 원래 것들과 다르게라는 목표가 특별 점검 대상이었어요.
아까 전에 동향 중 새롭지 않다는 것이 있었죠.
분명 여러 측면에서 다르게 하려고 했지만 과연 정말 달랐을까 이것을 되묻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얻은 교훈은 어쨌건 저쨌건 시나리오는 비교당한다 라는 것인데요.
이전 시나리오와 비교하는 동향이 생기고 하지 않은 것만 고민해서는 재미있기도 어렵다는 것이죠.
그래서 너무나도 당연해서 이런 자리에서 말씀드리기도 조금 머쓱합니다만 일단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기존의 지엽적인 요소들을 챙긴다고 기초적인 목표 즉 재미있는 스토리가 달성되지는 않습니다.
다르게라는 목표 이전에 어떤 부분 때문에 재미있게 만들기가 어려운지를 생각해야 했죠.
정리하자면 저는 라이브 서비스 시나리오가 갖는 딜레마를 몰랐습니다.
플레이어들의 시나리오 이해도, 반전 소재 고갈, 주인공 파워 인플레이션, 제가 분석한 이 세 가지 요소 이 요소들을 먼저 이해해야 진짜 재미있는 이야기를 쓸 수 있었는데요.
이제부터 이 세 가지 요소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첫 번째 딜레마로요 플레이어분들의 시나리오 이해도가 정말 높습니다.
세계관을 잘 아시는 만큼 새로운 이야기도 기존 서사를 바탕으로 해석하기도 해요.
이는 플레이어들의 반응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새로운 시나리오 이 자체만으로 봐주겠지?
이렇게 예상하면 곤란합니다.
기존 세계관과 연결 지어 해석될 수 있다는 걸 놓치면 이 스토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를 예상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캐릭터들의 서사를 꾸준히 써 왔다면 마주치는 딜레마인데요.
반전 소재가 고갈된다는 문제입니다.
더 이상 제공할 충격적인 정보가 없어요.
이는 플레이어들의 흥미를 끌기 어렵게 만듭니다.
시나리오는 어떤 측면에서는 정보입니다.
특히나 20년이라는 시간은 세계의 중대한 비밀 정도는 몇 번이고 밝혀졌을 시점입니다.
여기서 숨겨진 반전으로 모든 유저들의 흥미를 끌기란 상당히 어려운 도전이 되겠죠.
마지막으로 파워 인플레이션입니다.
플레이어 중심으로 서사가 지속되었다면 이미 플레이어는 너무 강할 거예요.
그렇다면 위기 상황 자체 공감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이미 이렇게 강해 보이는 수많은 적을 물리쳤으니까 소녀 델가가 제시하는 위기에는 문제의식을 느끼기가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죠.
이런 요소들은 재미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주지만 우리 게임이 오랜 시간 사랑 받았기에 생긴 만큼 절대 무시할 수는 없는 요소입니다.
처절한 고뇌를 마친 뒤 저는 눈물을 삼키고 이 요소들을 역으로 이용하기로 생각했습니다.
#PART3. [G27] 안락의 정원
다음 메인스트림 G27 안락의 정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세 가지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선택했을까요?
G27은 G26과는 시작과는 다르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다르게라는 생각을 버렸습니다.
갇힌 상태로 생각하는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고요.
대신 달성해야 하는 기획 의도를 먼저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목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하는 질문을 먼저 던졌고요.
다음에 달성을 위해 선택할 방법 또한 생각했습니다.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에 관해서요.
달성해야 하는 기획 의도를 고민한 것은 이에 맞는 시나리오를 먼저 설정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다르게 갇혀서 안한 이야기를 탐색하는 게 아니라 할 이야기를 찾는 방향으로요.
여기서 목표를 새로 정할 필요는 없었는데요.
챕터 8의 목표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으니까요.
또한 인간됨을 이야기하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지 조금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고민해 중심 소재를 인형들이 사는 낯선 도시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달성을 위해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 또한 고민해야겠죠.
허들이 될 만한 플레이 요소는 과감하게 삭제했습니다.
황금 밸런스의 미니 게임을 만들기보다 보여줄 서사 요소를 조금 더 채워 보려고요.
하지만 그러면 플레이 타임은 짧아질 수 밖에 없죠.
단순하게 시나리오 분량을 늘렸습니다.
또한 기존에 잘한 디테일들은 그대로 챙겨넣고요.
아직 잊지 않으셨죠? 세 가지 딜레마가 있었다는 것.
재미있는 이야기를 위해서는 이것들을 해결해야 했죠.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한 카운터와 방법들을 하나씩 준비했습니다.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 인형 도시라는 소재로 그 내용을 채워나갔을지 지금부터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플레이어들의 시나리오 이해도입니다.
높은 시나리오 이해를 바탕으로 모든 요소를 기존 세계관에 입각해 바라보기도 한다고 했었죠.
그래서 이 분들을 위해 특수한 떡밥을 사용했습니다.
마비노기 플레이어분들만 이해할 수 있는 걸로요.
페타크라는 캐릭터는 자이언트 종족이며 자신의 고향이 따뜻한 발레스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마비노기를 플레이하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여기서 아주 큰 위화감을 느끼게 됩니다.
왜일까요?
바로 발레스는 전혀 안 따뜻하기 때문입니다.
눈으로 뒤덮인 엄청나게 추운 지역이거든요.
과연 어떻게 된 것일까요?
답은 바로 이전 메인스트림에서 제시한 세계관에 있습니다.
G10 빛의 여신에서는 고대의 엘프와 자이언트 사이의 전쟁을 다루는데요.
발레스는 그 전쟁 이후 신의 저주를 받아서 급격하게 추운 기후가 된 지역입니다.
따라서 따뜻한 발레스란 그 저주를 받기 이전의 지역이죠.
페타크는 그래서 고대 혹은 그 이전에 죽었는데 지금 살아있음을 추론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플레이어 분들이 이미 아는 지식을 활용해서 궁금증을 제시한 부분입니다.
또한 이러한 활용은 플레이어들과 좀 더 밀접한 방식으로도 이뤄졌습니다.
플레이어 캐릭터의 행적까지도 서사 요소로 쓴 사례가 바로 캐릭터 데린입니다.
G24를 플레이하면서 플레이어는 왕성에 나타난 드래곤을 물리 치는데요.
캐릭터 데린은 바로 이때 세상을 떠난 캐릭터입니다.
플레이어는 이 사실을 새로운 동료인 데클룬이 이야기해 줘서 알게 되었는데요.
그런데 G27에는 세상을 떠났다는 데린이 직접 서사상에 등장함으로써 흥미를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이런 요소가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해당하진 않겠죠.
스토리에 큰 관심 없이 0.1초 만에 모든 대사를 넘겨가며 플레이하시는 분들도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했습니다.
바로 대사로 끊임없이 내용을 정리하고 요약해 주는 것이죠.
여기에 보이는 것은 앞서 말씀드린 캐릭터 페타크의 기획서인데요.
플레이어에게 페타크가 과거에서 왔음이 직접 밝혀지는 장면이 있습니다.
과거 페타크의 기억을 엿보면 그가 고대 전쟁에 참여했고 동료에게 배신당한 뒤 인형들의 도시로 가게 된 과정이 그려지는데요.
하지만 이 영상을 스킵한 플레이어를 위해서 아주 친절한 요약메시지를 띄워주고요.
퀘스트 진행 내용이 아닌 사이드 대사에서도 짚어주고 퀘스트 설명에서도 못 박아줍니다.
다양한 방식을 통해 플레이어가 흥미로운 소재를 절대 놓칠 수 없도록 지구 끝까지 찾아가면서 알려주었습니다.
또한 이전의 메인스트림을 모르더라도 이번 메인스트림이 독립적인 기승전결을 가지면 지금까지 스킵한 플레이어가 이해할 확률이 크게 높아지겠죠.
이는 다음에 해결할 딜레마와도 연관되어 같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두 번째 딜레마 반전 소재 고갈입니다.
캐릭터 이야기를 열심히 썼다보면 더 이상 제공할 충격적인 정보가 없다고 했죠.
그래서 정보가 원래 없는 무대를 새로운 배경으로 제시했습니다.
바로 버려진 신들의 도시 무리아스입니다.
무리아스는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던 아주 사소한 떡밥입니다.
기존 스토리에서 한 번 언급되다시피 했었죠.
무리아스라는 기존의 세계인 에린과는 다소 동떨어진 장소를 제시해 플레이어들이 겪어보지 않은 환경을 무대로 설정했습니다.
또한 동시에 충격에 될 만한 새로운 서사 요소들도 숨겨두었죠.
새로 등장하는 캐릭터인 페타크와 데린 모두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점과 인형 도시라는 소재를 연결시켜서 무리아스의 정체를 눈치채신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무리아스는 페타크와 데린이 세상을 떠난 후 가서 살고 있던 도시입니다.
사망한 영혼이 새 삶을 얻어 텅 빈 인형처럼 살게 된 것이죠.
페타크의 흔적을 따라 무리아스의 당도한 플레이어는 이곳에 관한 의문을 갖게 됩니다.
왜 이곳의 주민들은 자꾸 기억을 잃는지 버려진 신들의 도시라곤 했지만 왜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같은 것들을요.
그리고 그것들을 무리아스의 관리자 레넨의 행적을 밝혀감으로써 그리고 그것들을 무리아스의 관리자 레넨의 행적을 밝혀감으로써 점차 그 비밀을 알게 됩니다.
이를 통해 지역적인 장소에서의 서사 전개로 반전 소재가 없다는 문제를 해결했고요.
다른 메인스트림과는 독립적인 기승전결을 통해서 기존의 서사를 잘 모르는 플레이어분들도 재미있게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작은 장소에서의 전개인 만큼 나랑은 별로 상관없는 일인 것 같은데? 라면서 흥미를 못 느끼시면 분들도 계시겠죠?
이를 보충하는 방법은 다음 해결 방법을 설명한 후 다시 돌아와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세 번째 딜레마 주인공 파워 인플레이션입니다.
주인공으로 오랜 시간을 보낸 플레이어는 너무 강하고 인기도 많습니다.
어떻게 해야 새로운 위기감을 줄 수 있을까요?
저는 플레이어 캐릭터의 새로운 포지션을 이용했습니다.
밀레시안은 지난 여정을 통해 세계의 영웅으로 인정받고 있죠.
앞서 말씀드린 캐릭터 페타크는 바로 밀레시안을 사칭합니다.
G27에 시작하는 첫 번째 영상에서는 위험에 빠진 사람을 낯선 자이언트가 구해줍니다.
밀레시안이 영웅으로 인정받는 세계인 만큼 밀레시안님 구해주세요라고 했는데도 말이죠.
밀레시안님이 아니죠? 라고 묻는 사람에게 페타크는 대답합니다.
내가 그 밀레시안이 맞다고 말이죠.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페타크는 플레이어를 대체하고 사칭하려는 캐릭터입니다.
플레이어의 높아진 사회적 인정을 이용한 서사 요소죠.
특히 이 자식이 뭔데 나를 사칭해?라는 의문은 마비노기를 몰입감 있게 즐기고 있던 플레이어 분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게 될 만한 생각이기 때문에 첫 번째 퀘스트에 첫 번째 영상에 전략적으로 배치해서 시나리오에 대한 관심도를 높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아까 예고했던 새로운 충격을 주는 요소 또한 등장합니다.
바로 연출적인 방식으로 충격을 보강하는 방법입니다.
주인공을 대체하고 싶은 인물인 페타크가 등장했죠.
그러면 플레이어의 위치를 빼앗고 싶어하는 녀석이 더 위험해 보이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옛날 이야기를 하나 해볼까 합니다.
마비노기의 플레이어분들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자신의 광팬을 한 명 만나게 됩니다.
알터라는 캐릭터는 멋진 영웅인 나를 동경하는 모습으로 등장한 걸 다들 기억하고 계실 텐데요.
하지만 이제는 밀레시안의 광팬이 아니군요.
밀레시안을 완벽하게 대체하겠다는 페타크의 상상속에서 알터 또한 밀레시안이 아닌 페타크에게 무한한 동경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것도 과거와 다르게 아주 멋진 목소리까지 붙은 상태로요.
주인공을 대체하려는 페타크가 실제로 대체하는 장면을 상상처럼 삽입했습니다.
알터 외에도 플레이어가 지금까지 봐온 인상깊은 장면들 바로 나였기에 의미가 있었던 장면들을 그대로 사용하되 페타크를 밀레시안 대신 삽입했습니다.
이로 인해서 유저 분들께서 긍정적인 비명을 질러주셨고 시나리오의 상황에 대한 전체적인 몰입도 또한 높일 수 있었습니다.
다시 파워 인플레이션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돌아와서요.
인간들 중에 밀레시안을 이길 사람은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강한 힘을 얻고 적대 인물이 될 수 있을까요?
저는 여기서 캐릭터의 내적 동기를 활용해 플레이어들이 납득할 만한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무리아스의 관리자인 레넨의 비밀을 밝혀나가다 보면 사라진 신 미이르가 죽은 인간들을 인형으로 만들었음을 알게 됩니다
자신의 신의 조각을 나눠주어서요.
그리고 레넨은 미이르에 대한 왜곡된 사랑으로 밀레시안에게 대적하는데요.
과정에서 흩어진 신의 조각을 회수해 엉성하게 엉겨 붙은 미이르를 자신의 몸에 강림시킵니다.
그렇게 레넨도 미이르도 아닌 신의 힘을 가졌지만 인간인 최종 보스 레넨의 미이르가 등장합니다.
레넨은 왜곡된 사랑을 동기로 신의 힘을 흡수합니다.
이 서사에 대부분의 플레이어 분들께서 얘가 왜 이렇게 강해졌냐 보다는 캐릭터 내면의 광기쪽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 주셨어요.
이런 동기를 갖게 된 것에는 작은 배경이 있는데요.
신이 된 인간으로 플레이어 분들이 받아들일 만한 서사도 이미 있기는 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등장한 톨비쉬도 평범한 인간인 줄 알았지만 나중에 신의 가까운 모습으로 등장하는 점이 비슷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서요.
기존 캐릭터와 비슷할 경우 임팩트는 줄어들기 마련이기에 내적 동기를 다르게 설정했습니다.
그래서 G27 안락의 정원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밀레시안을 사칭하는 페타크, 무리아스에서 온 것임이 밝혀진다.
죽은 사람들이 기억을 이루며 사는 무리아스 관리자 레넨을 쓰러트리고 무리아스의 문을 닫는다.
이 밖에도 보충적인 요소들도 있었습니다.
감성적인 영역도 터치했어요.
캐릭터 데린이 데클룬과 남매였기 때문에 나타난 모습 재회와 이별 그리고 성장으로 인한 감동 요소까지도 포함시켰습니다.
기승전결이 풍부해졌듯 분량도 엄청나게 늘렸습니다.
총 대사 수만 31만 자 녹음된 보이스 분량만 8시간이었어요.
정성스레 준비된 업데이트 이벤트 또한 있었죠.
그러면 이번에는 결과가 어땠을까요?
전반적으로 높은 완수율을 보였습니다.
첫 번째 퀘스트를 완료한 플레이어 중 80%가 끝까지 클리어했습니다.
G26에서 59% 유저들이 완수한 것에 비해서는 고무적인 변화입니다.
분량이 더 늘어났는데도 많이 클리어해주신 거니까요.
또한 퀘스트 전반적으로 허들이 된 요소가 없기 때문에 높은 완수율을 보였습니다.
클리어한 플레이어 수의 그래프도 G26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평탄한데요.
직접 비교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울기 차이가 있는 것이 보이시죠?
하지만 G27에는 클리어 시 던전이 해금된다는 보상이 있었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유의미한 긍정 동향 또한 있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마비노기에는 다양한 성향의 플레이어분들께서 계시기 때문에 한 업데이트에 관해 유저 커뮤니티간 반응이 다른 경우도 꽤 있는데요.
이번에는 다양한 성향의 유저 커뮤니티에서 골고루 긍정 동향이 관측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재미있다는 반응을 포함해서 신경 쓴 부분을 알아채주는 동향도 있었습니다.
이전 메인스트림의 서사를 활용한 부분 새로운 힘을 부여한 레넨 캐릭터를 짚어주시고 즐겨주신 분들도 많아서 무척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PART4. 마무리
긴 이야기의 끝을 향해서 달려가네요.
결국 중요한 건 무엇인지를 정리하고 앞으로도 남은 과제를 가볍게 돌아보고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얻은 교훈입니다.
세 가지 딜레마에 카운터를 치는 방법을 살펴보았죠.
여기서 얻은 교훈 첫 번째 기존의 것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아는 것을 비틀면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이 이미 아는 서사를 최대한 활용하면 더 효율적으로 충격을 줄 수 있음을 G27을 통해서 배웠습니다.
플레이어들이 뭘 좋아하는지를 아는 것 또한 큰 자산이라는 점도요.
우리가 아는 걸 잘 활용하면 플레이어분들에게 더 큰 재미를 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훈은 두 번째로 단, 갇히진 않아야 합니다.
다르게 나아가자는 생각에 갇히기보다 아예 새로운 방향으로 생각해야 보이는 것들도 있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와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를 먼저 설정하는 게 좋겠습니다.
또한 많은 것들을 고민했지만 중요한 것은 이야기 자체의 완성도기도 해요.
딜레마에 카운터를 치는 방법들 또한 모두 스토리에 흥미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기존의 것을 잘 파악하되 갇히지 말자라는 교훈으로 저의 발표를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교훈을 얻으면서 그토록 고심하던 신의 한 수를 드디어 두었다고 생각해도 될까요?
조금은 기뻐해도 될 것 같은데요.
하지만 우리가 잊고 있던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 발표가 어디서 시작했죠?
바로 업데이트는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21주년을 맞이한 마비노기가 영속적인 서비스 기간 동안 계속해야 하는 고민이죠.
다음 콘텐츠를 고심한 우리가 해야 하는 고민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만약에 해결 수를 찾았다고 하더라도 다음에는 결국 또 나아가야 합니다.
이번에 잘 해결했으면 다음번에 쓸 요소를 사용해 버린 것이기도 해요.
이미 한 수가 더 두워진 바둑판에서는 설 자리를 찾기가 더욱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마무리를 하고 싶은데요.
그럼에도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충분히 어렵다고 생각했던 상황에서도 답을 찾았듯이 말입니다.
고민의 과정에서 제가 얻었던 교훈이 여러분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상으로 20년간의 스토리 그다음을 쓰는 법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긴 시간 동안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발표 감상평>
발표의 흐름은 다음과 같다. 마비노기는 20년 동안 서비스된 게임이고, 발표자는 G25 이후의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다. 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발표자는 마비노기의 성공 요인들을 분석했으나... 이건 중요하지 않은 내용. G26의 반응은 실패했으며, 가장 중요한 요소 '스토리가 재미있는가?'를 챙기는 것을 놓쳤기 때문이었다. 이를 위해 발표자는 G27을 기획할 때는, 스토리의 재미를 챙기면서, 20년 라이브의 역사가 쌓이며 생겨버린 시나리오들의 문제 세가지, '반전 요소의 부족', '플레이어의 이해도', '인물의 파워 인플레이션'을 역이용하기로 했다.
그 과정은 너무 상세하면서 간단한 형태로 발표 내용에 남겨져 있고, 발표 내용이 조금 짧은 편이다 보니 내가 이걸 두 번이나 정리할 이유는 없고... 이제 후기로 남기고자 하는 것은 '그렇다면 시나리오가 아닌 개발'에서는 어떻게 하느냐? 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RPG의 전투 컨텐츠를 기획한다고 해보자. 정말 중요한 세 가지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는가?
첫 번째, 변할 수 없는 컨텐츠에 비해 플레이어의 기대는 계속 변한다. 환경마다 어느 정도 오차는 있겠지만 보통 컨텐츠의 기획 의도는 명확하게, 현재 플레이어들에게 적정한 보상을 주면서 성장 욕구를 강화하는 형태로 세워질 것이다. 하지만 게임이 오래 서비스되고, 성장 동선 역시 바뀌다 보면, 플레이어가 컨텐츠에 원하는 것들 역시 달라지기 마련이다. 자연스레 컨텐츠에 대한 관심, 흥미가 떨어지며, 컨텐츠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다.
두 번째, 컨텐츠를 즐기는 플레이어의 성장 스펙 또한 다양하며 계속 변한다. 어떤 컨텐츠가 도입되었을 때, 10레벨 캐릭터도 있을테고, 100레벨 캐릭터도 있을 것이다. 조금 극단적인 예시를 든 상황이긴 하지만, 요지는 아무튼 다른 환경의 플레이어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금 플레이어들은 50레벨 정도에 머물러 있다고 하더라도, 3년뒤에는 80레벨, 5년 뒤에는 100레벨에 많이 분포되어 있을 수 있다. 그 시점에도 만족감을 줄 수 있는지는 다른 이야기이다.
세 번째, 게임을 즐기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같은 플레이 성향을 가진 것은 아니다. 어떤 플레이어는 하루에 1시간 정도 가볍게 즐길 수 있지만, 어떤 플레이어는 하루에 10시간씩 게임을 즐기면서 '이 게임에 할 게 없네' 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한 달에 10만원을, 누군가는 한 달에 100만원을, 누군가는 솔로 플레잉을, 누군가는 멀티 플레잉을... 성향에 따라 게임을 즐기는 방법도, 컨텐츠를 즐기는 방법도 무수히 많이 나뉘게 될 것이다.
즉, 전투 컨텐츠는 즐기기 위한 보상이, 즐길 수 있는 스펙이, 즐길 수 있는 방법이 폭넓어야 한다. 그런데 이걸 하나 하나 맞춰주기엔 개발 비용이 넘사가 되는게 당연. 심지어 '신의 한 수'가 되어야 한다. 이것을 역이용할 수 있는가?
상황에 따라 개발하는 방법은 다르겠지만, 이들을 바탕으로 기본적인 원칙은 세워볼 수 있겠다. 각각 컨텐츠의 보상은 서로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을 가지고 있으며, 제공하는 수량도 시간에 따라 한정적으로 되어야 한다. 또한 컨텐츠는 다양한 난이도를 가지고 있거나, 스펙에 따라서 즐길 수 있는 영역을 달리 하는 것으로, 플레이어의 수준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재미가 달라야 한다. 마지막으로 컨텐츠 자체는 간단하고 쉽게 즐길 수 있으나, 플레이어에 따라 원하는 형태로 즐길 수 있도록, 깊은 수준의 도전 영역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인사이트의 확장을 넓게 가질 수 있었던 발표여서 오랜만에 즐거웠다.
마비노기 팀이 스토리 관련 발표 하나는 정말 잘한다. 다른 발표들도 모두들 들어봤으면 좋겠다.
다음엔 더 흥미로운 주제로 볼 수 있기를!
'게임과 서브 컬쳐 > Report : 감상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감상문 #23. NDC 2025 : 38만년을 1주로? - AI를 활용한 캐릭터 밸런스 디자인 (0) | 2025.09.01 |
|---|---|
| 감상문 #22. NDC 2025 : 오픈 월드 레벨 디자인 시작하기 (0) | 2025.08.27 |
| 감상문 #20. NDC 2025 : 테세우스의 배는 여전히 그곳에 있다 - 오래 가는 라이브 서비스를 위한 '메이플스토리'의 시도들 (3) | 2025.08.13 |
| 감상문 #19. NDC 2014 : 마비노기 영웅전 신규 캐릭터 개발 일지. 화려한 창술의 린을 만나다. (0) | 2025.08.12 |
| 감상문 #18. NDC 2014 : 마비노기 영웅전 시나리오 라이터 포스트모템. 모리안, 그 곳에도 낙원은 없었어. (0) | 2025.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