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제목 : 온라인FPS는 MMORPG랑 다르지 말입니다! 온라인 FPS의 재미와 성장에 대해서.
발표 연도 : 2013년
발표자 1 : 박영일 / 넥슨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 라이브기획 2년차 / (구) SI 프로젝트 개발
발표자 2 : 이창훈 / 넥슨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 개발 2년차 / (구) 게임프릭 디바인소울 프로젝트
<발표내용>
발표자1 박영일은 FPS를 개발하며 MMORPG와 자주 비교당하는 것에 대해 염증을 느껴왔다고 말하면서, 이런 염증을 분석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이는 한국의 FPS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며,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은 이미 중국에서 2위, 대만에서 1위 등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의 FPS가 '1세대 FPS 온라인'이라면, 앞으로 다가올 다음 세대 FPS는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것이 이 발표의 목적이다.
발표자 박영일은 FPS에서 흔히 사용하는 '레벨' 시스템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MMORPG에서는 레벨을 통해 확장성과 성장을 제공하지만, FPS는 레벨이 높다고 해서 실제로 더 강하거나 체력과 무기가 더 좋은 것도 아니고, 심지어 게임의 주도권도 잡지 못한다. 또한, MMORPG에서는 새로운 맵과 던전 추가가 유저들의 흥미를 끌지만, FPS에서는 이른바 '국민맵'만 계속해서 인기 있고 신규 맵은 쉽게 잊혀진다.
FPS에서 가장 큰 고민은 경쟁의 문제다. FPS는 경쟁을 통해 극한의 재미와 희열을 주지만, 잘하는 한 명의 플레이어가 나머지 유저들의 재미를 완전히 빼앗아 버리는 부작용이 있다. RPG의 경쟁은 주로 환경(PvE)과의 싸움 속에 일부 PvP가 포함되지만, FPS는 기본적으로 PvP 기반이라 초보자가 경험 많은 플레이어와 만나게 되면 초보자가 급격히 흥미를 잃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는 세컨드 계정 등으로 초보방에서 고급 유저들이 초보자를 학살하는 상황에서 더욱 심각해지며, 이를 시스템적으로 잡아내고 보정하기 어렵다. FPS는 모두에게 동일한 조건을 제공하지만, 동일한 조건 자체가 오히려 플레이어 간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결국 FPS의 핵심인 '공정한 경쟁'을 보정하는 순간, FPS가 가진 절대적인 기준이 흔들려 버리는 근본적인 딜레마가 있다.
FPS에서는 전투로 인한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로 나자루스의 스트레스 이론을 소개한다. 이 이론은 스트레스가 사건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 사건을 어떻게 인지하고 대처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즉, FPS에서 초심자가 계속 죽는 상황 자체를 없앨 수는 없지만, 유저가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바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시스템이 ‘데스캠’(Death Cam)이다. 데스캠이란 플레이어가 죽었을 때 자신이 죽는 순간을 다시 보여주는 시스템으로, 자신을 죽인 유저의 위치나 방법 등을 알려주어 대응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발표자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의 예를 들어, 죽은 유저가 데스캠을 통해 상대방의 위치를 학습하고 그에 따라 전략을 바꿔 복수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데스캠이 플레이어의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데스캠에도 여러 방식이 있다. 콜 오브 듀티2에서 사용된 ‘플래시백(Flashback)’ 방식의 데스캠은 상대방이 자신을 죽이는 장면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대응 방법은 알려주지 않아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증가시킨다. 이 방식은 경쟁심을 더 강화시킬 수 있지만, 스트레스 해소 측면에서는 부정적이다.
결론적으로 FPS의 경쟁이라는 강력한 재미요소를 유지하면서도 초보 유저의 스트레스를 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며, 적절한 시스템을 사용하면 FPS의 아이러니한 상황(한 명이 다른 모두의 재미를 빼앗는 상황)을 완화할 수 있다. 경쟁 자체는 FPS의 본질이지만, 시스템이 적절한 보조 역할을 수행하여 유저들이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발표자 이창원은 FPS에서의 유저 성장을 RPG와 비교하며 설명했다. RPG는 새로운 콘텐츠나 레벨업으로 플레이어가 확실한 성장을 경험하는 반면, FPS에서는 단순히 새로운 맵이나 무기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성장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FPS의 성장은 수치나 스킬처럼 객관적이지 않고, 경험을 통해 축적된 '판단력', '이해력', '숙련도'와 같은 요소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FPS의 성장은 반복된 세션 속에서 순간적인 판단력이나 맵에 대한 이해, 무기 숙련도의 축적을 통해 이루어진다. 특히 FPS의 난이도는 '시야 확보'와 '이동'이라는 두 가지 요소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시야가 좋을 경우 먼저 적을 발견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 유리하지만, 좁거나 차단된 시야에서는 불리한 상황이 된다. 이동 역시 적을 관찰하고 조준점을 교정하는 과정을 통해 플레이어가 경험적으로 숙련되어 간다.
레벨 디자인을 통해 유저들의 성장과 경험을 지원하는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특정 복도가 전략적으로 중요할 때 일부러 어렵게 설계하거나, 상자와 같은 오브젝트를 배치하여 플레이어에게 전략적 선택과 회피 동선을 고민하게 만들 수 있다. 플레이어가 반복된 경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맵의 구조를 학습하고, 상황에 맞는 최적의 동선을 반사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 FPS에서 진정한 성장이다.
FPS의 레벨 디자인에서 다양한 동선을 제공해야 하는 상황과 난이도 조정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공간 분열'이라는 방식이 있다. 플레이어가 이동할 때 수많은 방향에서 동시에 공격당하면 학습하기 어렵기 때문에, 특정 동선을 순차적으로 확인하도록 공간을 나눠 설계하면 난이도를 적절히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이동경로를 제공할 수 있다. FPS 맵에서 중요한 전투가 일어나는 핵심 교전 지역에서는 구조적인 불균형을 최소화하고 전술적인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구조적으로 한 팀이 불리하다면 전략적으로 유리한 작은 요소들을 추가하여 양 팀 간 전술적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
최근 카운터 스트라이크에 업데이트된 '카프리니' 맵을 예로 들면, 이 맵은 핵심 교전 지역으로 '롱 구간', '중간 문', 'B설치 지역'이 설정되었으며, 각 지역은 독특한 전략적 요소를 가진다. 롱 구간은 방어팀이 저격으로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했지만, 공격팀에게 위아래로 다양한 공격 경로를 제공해 밸런스를 조정했다. 중간 문은 전통적인 '반쯤 열린 문' 디자인을 사용하여 양측 모두 캠핑할 수 있고, 상대를 쉽게 돌파할 수 없는 긴장감을 유지하도록 했다. B설치 지역은 구조적으로 한 방향에서만 방어가 가능하지만, 공격팀에게 저격과 돌격을 조합할 수 있는 전략적 요소를 추가하여 밸런스를 맞췄다.
결국 FPS 레벨 디자인의 핵심은 플레이어가 빠르게 경험을 축적하고 맵을 숙련하도록 돕는 것이며, 이를 통해 유저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레벨 디자이너들이 지속적인 테스트와 다듬기 과정을 거쳐 완성도 높은 맵을 만들도록 장인 정신이 필요하다.
<발표 감상평>
내용은 크게 볼 것이 없다. 게임의 레벨 디자인은 경험을 통해 플레이어들이 극복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하며, FPS 장르는 RPG와 다르기 때문에, FPS의 레벨 디자인은 판단(순간적인 판단력), 이해(맵에 대한 이해), 숙련(무기 숙련도)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현대의 FPS 장르는 이 점이 잘 반영되어 있는가?
가장 먼저 2016년,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을 강타한 게임 오버워치를 생각해볼까. 하이퍼 FPS의 시작을 열은 오버워치는 캐릭터의 무기가 하나로 고정이 되어 있었다. 또한 캐릭터마다 고유한 능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에임(사격의 정밀함)'이라는 FPS 숙련도가 있으면 장점인 것은 맞지만, 더 이상 '사격의 정밀함'이라는 플레이어 진입 장벽이 없어도 된다는 점에서 혁신을 불러온 셈. 하지만 숙련이 중요해지지 않은 게임은 아니었다. (딜러는 그 누구보다 사격이 중요했지만) 사격이 중요해지지 않은 만큼, 캐릭터의 기술을, 어떤 지형에서, 어떤 순간에 사용해야 하는지가 교전 하나하나의 승패를 가르고, 경기의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 그만큼, 캐릭터들이 어떤 기술을 사용하고, 어떤 순간에 위협적인지, 어떤 캐릭터와 함께 하면 좋은지, 어떤 지형이 유리한지, 특수한 지형을 어떻게 진입해야 하는지, 기술을 어느 때 사용해야하는지 등등... FPS의 사격 숙련 자체를 캐릭터의 숙련이라는 다른 무언가로 대신해버리면서, 플레이 경험에서 플레이어의 판단, 이해, 숙련이 영역이 아주 광범위해졌다. 짧게 말하면, 기존 숙련을 없애서 소비층을 넓히고, 다른 다양한 숙련을 넣어 레벨의 영역을 풍부하게 만든 경우.
PUBG는 어떤가? 이 게임의 경우는 숙련은 다른 FPS에 비해 단순하다 못해서 아주 원초적이다. 수류탄, 총기, 근접무기 등등, 기존의 FPS에서 나오는 모든 경험이 다 들어가있다. 숙련의 영역은 넓어졌지만, 다른 게임에는 없는 특별한 숙련을 제공해주지는 못한다. 맵의 경우도 참 재미있는데, 다른 게임들에 비해 말도 안되는 넓이의 맵을 가지고 있고, 맵의 형태가 어딜 가도 비슷비슷하다. 이 게임의 맵을 전부 외우고 다니는 사람이 있을까? 글쎄, 서비스 된지 몇 년은 되었으니까 그런 이용자가 나왔을 순 있겠지만, 적어도 게임 초기에 그런 행동을 시도했다면 프로게이머 아니면 빌게이츠다. 즉, 이해 역시 소용이 없는 수준. 이 게임의 차별성은 판단에서 온다. 100인의 플레이어, 각기 다른 플레이 성향이나 전략을 가진 100명을 플레이어는 계속 만나게 되고, 특수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차량, 블루존, 레드존, 플레어건, 보급, 여기에 나의 파밍 상태나 주변에 다른 플레이어가 얼마나 있는지에 따라 실시간으로 플레이어가 전략과 판단을 수정해야 한다. 변수를 압도적으로 증가시켜, 게임에서 만나는 판단을 무한히 제공하고, 숙련과 이해를 마스터하기까지 한계를 극대화시켜 즐길 수 있는 영역을 무한정하게 늘린 경우.
마지막으로 살펴볼 게임은 발로란트이다. 오버워치, PUBG 출시 이후에 나온 게임인만큼 해당 게임들이 주는 재미는 FPS 이용자들이 이미 익숙해져있는 상황. 이 경우에서 발로란트가 제공하는 재미는 판단과 이해이다. 기본적으로 발로란트는 일반 FPS처럼 전장이 다소 제한되어있다. 대신 그만큼 지형과 관련된 스킬이나 목표가 다른 게임에 비해 상당히 있는 편이며, 이를 얼마나 시기 적절하게 사용하는지가 승패로 이어지게 된다. 그 외에도 승패에 기여하는 부분은, 전략이다. 팀전이라는 형태를 갖추고 있고, 지형을 장악하는 것이 경기의 승패로 이어지기 때문에 전략의 중요도가 아주 높아지게 된다. 아이템의 중요도도 많이 높아져서, 다양한 아이템을 언제 구매하고, 언제 사용하는지에 대한 판단 역시 게임의 전체적인 승리를 위해 꼭 갖추어야 하는 요소이다. 지형을 아주 제한적이게 만들면서, 지형과 관련된 요소에 대한 판단, 그 외에 캐릭터의 스킬이나 아이템에 대한 판단의 중요도도 많이 높여서, 이해와 판단의 가짓수를 넓힌 경우.
RPG에서 반대로 적용시킨다면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 현재의 RPG들은 반복 경험을 아주 중요시 여긴다. 반복 경험에 플레이 경험의 대부분이 쏠리게 된 만큼, 중요해진 것은 반복 경험을 얼마나 풍부하게 만드느냐이다. 우리는 새로운 숙련의 영역을, 판단을 다양하게 만드는 변수를, 이해를 높일 필요성이 있는 요소가 생겨야 한다. RPG에서 캐릭터가 아닌 새로운 숙련은 어떤 것이 될 수 있을까? RPG는 기본적으로 Role-Playing, 역할 수행에서 재미가 뒤따르는 게임이다. 우리는 캐릭터들에게 새로운 역할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야 하며, 또한 이 역할을 통해 기존과 같은 플레이 방식ㅡ 그러니까, 오버워치 역시 사격이라는 숙련이 사라졌지만 플레이 장르가 FPS라는 것에서 변함이 없듯이ㅡ 보스 전투나 사냥, 성장 등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두번째는 판단의 변수이다. 다만 개발자가 무한한 변수를 만들어도 되나? 당연히 안 된다. 기본적으로 개발 비용도 비싸지고, 게임 용량도 미쳐 돌아갈텐데, 그걸 허락해줄 회사가 나를 뽑을 이유가 없으면 개추. 혹시 존재하고,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 바랍니다. 다만 이 전략이라는 부분은, 대부분의 게임에서 참고를 할 수 있는데, '특정 상황에 대해 대응하는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이 상황이라는 것은 '행운을 컨트롤'이라는 요소도 있지만, '타인에 의해 생성'되는 경우가 아주 많다. 즉,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역할들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이해의 필요성이다. 플레이어들이 '이해'해야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아주 원초적으로 생각해서, 게임의 승리를 위한 요소들을 이해해야한다. RPG에서는 우리가 Role-Playing을 하는 이유ㅡ 적과 싸워서 이기는 요소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한다. 즉 이에 대한 다양성을 높이려면, 전투에서 개입하는 요소들이 많아야 한다. 앞선 예시들처럼 환경적인 요소들을 추가해도 좋고, 기본적으로 적을 쓰러트리는 것이 데미지로만 귀결되어선 안 된다. 이미 다양한 게임에서 적용된 대표적인 예시가, 브레이크 시스템, 경직도가 높은 공격을 여러번 적에게 가하면 적이 그로기 상태가 되는 시스템이다. 현재 내가 구상하고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맵들을 특정 속성이 가지고 있고, 해당 속성의 맵들은 특정한 기믹을 가지고 있는 형태. 언젠가 내가 진짜 기획자가 된다면 아마 이걸 신나게 만들지 싶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해당 요소가 복잡해지면 일종의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점. 발표의 마지막에서 말했듯이, 레벨 디자인의 핵심은 플레이어가 빠르게 경험을 축적하고 맵을 숙련하도록 돕는 것이다. 역할 역시 대단한 역할이 아니라, 직관적이면서 간단해야하고, 플레이어가 서로에게 미치는 상호작용도 단순해야 한다.
결론은 Simple But Diverse. 아주 말이 쉽지? 입으로는 누가 말을 못해. 자고로 어려운 일을 쉬운 것처럼 말을 대충 뱉는 놈들은 입을 전부 꼬매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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